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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18차 20260312_환자의 죽음을 곧바로 의료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법안, 즉각 재검토해야 합니다

202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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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죽음을 곧바로 의료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법안, 

즉각 재검토해야 합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의안번호 제2216400호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현행 문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합니다. 의료는 본질적으로 위험을 다루는 행위이며, 특히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외상센터와 같은 필수의료 현장은 애초에 생명이 위태롭고 예후가 나쁜 환자들이 몰리는 곳입니다. 그럼에도 병원에서 사망이나 중증장애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곧바로 의료사고로 보고 자동으로 조정절차를 개시하겠다는 발상은, 의료의 본질을 정면으로 오해한 것이며 필수의료의 현실을 외면한 위험한 입법입니다.

 

중증외상 환자, 패혈증 환자, 급성심근경색이나 대동맥박리 환자, 뇌출혈 환자, 초극소저체중 미숙아, 진행성 암환자와 말기 심부전 환자는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도 사망하거나 중대한 장애가 남을 수 있습니다. 이는 의료가 실패해서가 아니라, 환자가 처음부터 죽음과 장애의 높은 위험을 안고 병원에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조정을 개시하는 것은, 질병의 자연경과와 불가항력, 의료의 한계를 지워버리고 “살리지 못했으니 일단 책임부터 따지자”는 구조를 제도화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책임법의 원리에도 맞지 않고, 의료현장에는 명백한 위축효과를 가져옵니다.

 

이 구조의 부당성은 일반 국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가 매우 어려운 사건을 맡아 최선을 다했음에도 패소할 수 있지만, 패소라는 결과만으로 곧바로 변호사의 잘못이 추정되지는 않습니다. 만약 패소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책임절차를 개시한다면 어느 변호사도 패소 가능성이 높은 사건을 맡지 않을 것입니다. 의료도 똑같습니다. 사망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치료하다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병원과 의료인을 자동으로 분쟁절차에 편입시키는 것은, 결국 가장 어렵고 가장 위험한 환자를 맡는 의료인을 처벌 위험 속에 몰아넣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의료의 책임은 결과가 나빴는가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필요한 진단, 설명, 처치, 전원, 관찰을 다하였는가, 즉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는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합니다. 또한 환자의 사망이나 장애가 원질환의 자연경과 때문인지, 예견은 가능했으나 회피가 어려운 합병증 때문인지, 불가항력인지, 실제 과실 때문인지가 먼저 구별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법안은 이러한 구별에 앞서 결과만으로 절차를 자동 개시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는 불가항력 사고에 대한 공적 보상과 명백한 과실 사건에 대한 책임 추궁을 뒤섞는 것이며, 결국 의료의 본질을 외면한 채 나쁜 결과를 곧바로 죄책과 배상책임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입니다.

 

이 법안이 그대로 추진되면 중증환자를 가장 많이 보는 상급종합병원과 필수의료 분야 의료진은 사망이나 장애발생 위험이 높은, 즉 법적 위험이 큰 환자를 피하고 방어적으로 진료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따라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증 환자에게 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해당 전문분야의 전공의 지원과 전문의 양성은 더욱 위축되고, 필수의료의 붕괴는 더 빨라질 것입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국회가 제2216400호 개정안을 현행 문안 그대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엄중히 경고합니다. 국회는 결과 중심 자동사건화라는 잘못된 발상에서 벗어나, 원인분류 선행, 불가항력 보상의 공적 분리, 과실 판단 기준의 명확화, 현장 인프라 확충을 중심으로 의료의 본질과 국민의 생명권 모두를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전면 재설계해야 합니다.

 

2026년 3월 12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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